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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스토리

[시작] 이혼의 징조

by 스선생 2022. 10. 12.

내가 이혼할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같이 살고 있었지만 점점 외로워졌고, 인생이 쉽지 않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처음엔 이혼의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살 때는 부부끼리 잘 의지해야 한다. 아내(전처)가 사업을 시작하고 부터 몇달이 지났을까. 점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일의 특성상 시공팀을 부리고 업무를 잘 시켜야 하는데 점점 그들과 회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때마다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고 혼자 주변 상점을 돌아다니던 때의 쓸쓸했던 기억때문에 지금도 그 동네는 가고 싶지 않다. 집에 오는 시간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고 점점 새벽  두세시로 연장되고 있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시기이고 시공팀을 잘 관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이해하려고 했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졌다. 한번은 연락도 없이 새벽 네시를 향하고 있어 전화를 했더니 시공팀의 젊은 남자 직원과 둘이 노래방에 있다고 한다. 그 직원이 생일이라 같이 있어줘야 한단다. 나는 절망했고 분노의 말로 집에 들어오라고 한 후 한시간 정도 지나 아내가 귀가했다. 어이 없는 변명을 들으며 다시 절망했다. 앞으로는 자정까지는 들어오는 걸로 약속을 받았다.

너무 외로워서 지인과 친구들이 있는 내 고향으로 이사가자고 했다. 서울과 가까워 위치는 좋지만 아내의 사업장에서는 지금보다 멀어진다. 당연히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변이 온다. 자기는 사업장 근처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을테니 주말부부를 하자고 한다. 처음엔 농담인것 같았는데 선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기대하는 눈빛과 말투로 아내의 속마음이 새어나온 걸 느꼈다.

티비에서 이혼 후 재산 분할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아내가 애교 섞인 말로 묻는다. "자기는 맘이 넓으니까 우리 이혼하게 되면 재산 다 나한테 줄거지?" 당연히 농담이겠거니 하고 "아니. 한푼도 안 주고 쫓아낼거야" 라고 말했던게 이혼 후 한달 쯤인가 지나 생각났다.

아내가 술이 취해 밤늦게 들어올때면 비꼬는 말투로 나에게 시비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꾸하는 것도 화가 나서 그냥 씻고 자라고 해도 비꼬는 말은 점점 심해진다.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억눌린 큰소리가 나오게 된다. 뭔가 어색해서 봤더니 핸드폰으로 녹음을 하고 있었다. 들키고 나서 이해 못할 답을 한다. 내 결혼 생활이 어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든다.

그리고 두달 후인가 내 입에서 이혼이란 말이 나오게 만드는 제안을 듣고 결국 맘을 굳히게 된다. 2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아내가 이혼을 원했던 진짜 이유는 알지 못한다. 올 봄에 다른 일 때문에 만났을 때 물었더니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단다. 짐작 가는 게 몇 개 있지만 확신은 없다. 그냥 모르고 살아야 할 것 같다.